부동산 뉴스

매일경제

“입구도 찾기 힘든데 들어가보니 바글바글”…힙한 카폐·편집숍 비결은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기사입력 2024.11.03 13:04:32

노후 오피스 공간의 변신
상업공간 전환해 ‘핫플’ 등극
“Z세대 취향·업체 니즈 맞물”
알스퀘어리서치센터 분석

지난달 31일 찾은 서울 중구 서소문동에 위치한 유원빌딩.
지하철 2호선 시청역 9번 출구와 연결된 이 건물은 1985년 1월에 준공됐고 2007년에 리뉴얼 공사를 진행했다. 수많은 기업들이 거쳐간 서울 도심지 유서 깊은 오피스 빌딩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곳에 젠지(Z)세대들의 ‘힙 플레이스’가 있다고 하여 찾아가봤다.
전통적인 사무용 건물로 들어와 공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인 17층에 당도하니 여러 사무실들 사이에 카페가 나타났다. 요즘 이 일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명물로 통하는 ‘커피앤시가렛’이다.

입구에 들어서 창으로 시선을 돌리니 북악산, 인왕산, 도봉산으로 이어지는 서울 산자락 전망이 한 눈에 펼쳐졌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평일 오후임에도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중구와 종로구 일대의 전망이 한 눈에 들어오는 창가 자리는 늘 만석이라고 한다.

노후한 오피스가 힙한 장소로 부활
상업용 부동산 업계에서는 유원빌딩에 입점한 이 카페를 노후된 오피스 공간을 리테일(상업)시설로 바꿔 사용하는 사례로 보고 있다.
기업들이 임차 매력이 떨어지는 공간을 상가로 전환하며 ‘핫플’이 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상업용 부동산 종합 서비스 기업 알스퀘어는 “통상 오피스 빌딩의 리테일 시설은 1층과 지하층을 위주로 점심 성격이 강한 음식업종이나 편의점, 은행, 약국, 구두수선방 등이 입점하는 정도였다”면서 “최근엔 전통적으로 상업에 유리한 입지가 아닌 오피스 빌딩의 로비나 사무공간에 입점하는 리테일 업체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특히 독특한 분위기를 즐기려는 젠지와 상가보다는 임대료가 싼 노후 오피스 공간을 찾으려는 업체의 니즈가 맞물린 공간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미아동 강북우체국에 자리잡은 ‘카페 어니언’도 한 사례다.
카페 어니언은 미아역 인근 강북우체국의 일부 공간을 임차해 미아점을 운영 중이다.
우체국 간판이 그대로 달려있는 공간의 내부는 거친 시멘트 바닥과 불투명한 유리벽을 통해 현대적이면서도 익숙한 느낌을 준다.
폐공장, 목욕탕, 한옥 등 다양한 공간을 재창조해 온 어니언의 아트 디렉터 출신 공간기획그룹 ‘패브리커’가 연출한 곳이다.
서울 종로구 가든타워 사무실 공간에는 2030 여성 고객 타깃의 컨템포러리 주얼리 브랜드 ‘넘버링(NUMBERING)’과 빈티지 소품가게 ‘레몬서울’ 등이 입점했다.
류강민 알스퀘어 리서치센터장은 “오피스가 리테일로 용도 변경하는 사례는 상대적으로 오래된 오피스에서 주로 나타난다”면서 “일부 리스크를 감수하고, 젊은 세대 사이에 인기있는 리테일 브랜드를 유치해 특색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 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전국 평균 임대료는 오피스(3층 이상) 임대료는 1㎡당 1만7500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상가(1층 기준)는 △집합 2만6800원 △중대형 2만5600원 △소규모 1만9400원으로 더 비쌌다.
Z세대 선호 브랜드, 입지보단 특별함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브랜드, 카페, 식당들의 경우 입지에 집착하지 않고, 특별한 위치를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상업용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한국에 진출한 미국 스트리트 패션브랜드인 ‘슈프림’은 홍대나 성수로 갈 것이란 예상을 깨고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적은 도산공원 상권에 들어갔다”면서 “몇 시간씩 줄을 서야 입장이 가능할 정도로 집객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오피스(업무) 시설로 꺼려졌던 지하나 1층에 사무공간이 자리잡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알스퀘어가 발간한 ‘2024 1분기 빌딩 임차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대형 오피스의 공장 및 상업공간이 업무시설로 용도 대체 중인 트렌드가 엿보인다.
알스퀘어는 “전통적으로 공장, 상업시설로 쓰인 건물 1층과 지하에 사무실이 자리잡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규정 알스퀘어 선임 연구원은 “주요 업무 권역 임대료가 높게 형성돼 부담을 느낀 임차사가 지하층이나 저층부 사무실을 과거보다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임대인 역시 운영 난이도와 위험이 높은 리테일보다 안정적인 오피스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go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