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과 주거지를 연결하는 ‘덮개공원’을 만든다는 조건으로 사업 추진 허가를 받은 한강변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환경 규제로 사업에 급제동이 걸린 가운데 관계기관인 서울시와 한강유역환경청(한강청)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양측은 △덮개공원 등이 한강 유수 흐름 등 안전에 주는 문제 △재건축 단지의 기부채납 형태의 한강 연계 시설의 공공성 여부 △갑작스러운 한강청의 입장 변동으로 인한 혼란 책임 소지 등에 대해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덮개공원과 같은 한강 연계 시설은 서울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고, 충분한 공공성을 갖추고 있다고 서울시가 주장하는 반면 한강청은 안전과 한강 보전을 위해 허가가 어렵고, 시설의 수혜자가 민간 아파트 단지 주민이므로 공공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12월 23일자 A1·3면 보도
한강청은 특히 2016년부터 세부 계획이 없어 검토가 곤란하다는 일관된 의견을 제시했지만 서울시가 계획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강청의 전신인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2020년 4월 한강(팔당댐~하구) 하천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한강의 접근성과 공간 이용을 개선하고, 관광 활성화 등 종합적인 시각에서 접근하고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공간관리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나타나 또 다른 공방이 예상된다.
23일 서울시는 한강청의 반대로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 한강변 재건축 기부채납시설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면서 “2020년 4월 한강청(당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서 수립한 ‘한강(팔당댐~하구) 하천기본계획’에서도 한강과 도시의 연계 증진을 위한 방안으로 도로 상부 공원 조성 등을 명시하고 있다”면서 “반포 덮개공원은 한강청에서 제시하는 하천기본계획에도 부합하는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하천기본계획은 하천의 시설물 설치를 위한 근거가 되는 하천법에 근거한 정부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이에 따라 당시 주무기관인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서 구체적인 공간관리계획과 목표를 포함한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실제로 2020년 수립된 기본계획안을 살펴보면 △접근성 개선을 통한 도시와 한강의 연계성 강화 △한강의 공공성 강화를 통한 시민 이용 증대 등을 골자로 한강 덮개공원과 같이 배후 주거지와 한강을 연결하는 접근체계의 필요성이 제시됐다.
특히 계획안에는 구체적으로 “지상 보행녹도는 하천변 도시정비사업 및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지구와 연계 계획 수립 등의 종합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또한 “한강변 아파트지구 재정비 추진 과정에서 확보된 공공기여 용지를 한강·도시공간 연계를 위한 공적 공간으로의 활용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실제로 이 같은 기본계획안 취지에 부합해 실현된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 마포구 망원동 222 일대를 지나는 강변북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녹지공원을 조성하는 ‘망원 그린웨이’가 만들어져 많은 시민들이 이용 중이다. 또 암사 선사주거지와 인근 공원을 연결해주는 암사 초록길(그린웨이)이 조성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강청은 “그린웨이의 경우 사업의 주체가 서울시이고, 개별 아파트 단지와 한강을 연결하는 형태가 아니라 공공성에 부합한다”면서 “무분별하게 한강변 아파트 단지들에 대해 추진하는 것은 허가가 어렵다”고 입장을 밝혓다. 또한 한강청은 “하천기본계획은 기본적으로 지자체 의견을 수렴해 계획을 수립하지만 계획상 내용을 모두 허가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환경 규제 영향에 들어가는 단지가 3만9000가구에 달하는 등 정비업계에서는 큰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양측은 그간의 협의 내용과 조율 시점 등 책임을 두고도 입장차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한강청과 지속적인 협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날 “서울시민의 공공편의 증진과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시설임에도 갑작스러운 한강청의 입장 선회에 따른 주민 혼란과 조합의 막심한 피해가 예상된다”면서 한강청의 적극적인 협조를 재차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