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을 목전에 두고 있다. 노원·도봉·금천구 등 앞서 하락으로 전환된 중저가 지역은 낙폭을 키웠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등 선호 지역도 상승폭이 줄었다.
강력한 대출 규제와 어수선한 정국 영향을 받아 서울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식으면서 작년 말 기준 서울 아파트 경매 건수도 9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2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지난해 12월 30일 기준)을 보면 전국이 전주 대비 0.03% 하락한 가운데, 수도권도 2주 연속 0.02% 떨어졌고 서울은 보합세(0%)로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을 멈추고 보합으로 떨어진 건 10개월 만이다.
지난해 8월 한때 주간 상승률 0.32%로 5년 만에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던 서울 아파트값은 같은 해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된 후 오름세가 주춤했다.
물론 이번주 보합세로 전환하긴 했지만 강남 3구 아파트값은 여전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송파구는 이번주 25개 구 가운데 상승률(0.06%)이 가장 높았다. 신축 아파트나 재건축 대상 지역도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서울에서 아파트값 약세 지역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가격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이들 지역은 최소 0.02%에서 최대 0.05%(금천구)까지 떨어졌다. 금천구 대장주 아파트인 ‘금천롯데캐슬골드파크3차’ 전용면적 84㎡ 중에는 최초 등록가에서 2000만~5000만원 떨어진 매물이 나와 있다.
서울에서 아파트값 약세 지역의 내림세가 먼저 시작되고 이어 하락세가 다른 구로 확산되면 조만간 서울 전반의 주간 아파트값 하락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거래 비수기와 규제 등이 맞물려 아파트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건 경매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9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부동산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267건, 매각 건수는 1442건으로 집계됐다. 2015년(경매 진행 건수 3472건, 매각 건수 1817건) 이후 가장 많은 기록이다.
지난해 경매 건수가 2023년(진행 1956건·매각 645건)보다 급증한 건 매수 수요가 위축된 데다 고금리로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집주인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가격 측면에서 매매시장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았고 시중은행 금리도 높다”며 “대출 규제가 유지되고 있고 정치적 불확실성 역시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92.1%로 전년도(82.5%)보다 9.6%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경매시장이 활황이던 2021년(112.9%)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응찰자 수는 7.38명으로 2022년(4.54명)보다 2.84명 많아 경쟁이 치열했다.
전문가들은 경매 물건이 늘어난 상황에서 올해 경매시장은 ‘저가 매수의 장’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지난해 하반기 경매에 나온 물건들이 올해 2~3분기 경매시장에 쏟아질 것”이라며 “양질의 물건이 섞이고 수요가 분산되면 낙찰가율, 낙찰률, 경쟁률 등이 모두 하락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 관망세는 2월까지 이어진 후 봄부터 회복할 가능성도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고 봄 이사철에 아파트 공급 부족과 대출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면 3월부터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 분위기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