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높이 깎인 압구정2구역 천장 3m 고수하려 층수 낮춰 청담동 ‘PH129’는 무려 7m 유럽 대저택 같은 실내 연출 공사비 부담에도 인기 끌 듯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신현대 9·11·12차)은 정비계획을 변경하면서 건물 최고층 높이를 70층에서 65층으로 낮췄다. 건물 높이가 서울시 심의를 거치면서 애초 계획(263.5m)보다 낮은 250m로 확정되면서 내린 결론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2구역 주민들의 선택이 재건축업계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집마다 천장 높이를 계획(3m)보다 낮추면 건물 높이를 70층으로 맞출 수 있었다”며 “하지만 설문 결과 조합원들이 대부분 이를 원하지 않아 굳이 70층을 고집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압구정 2구역 주민들은 ‘건물 높이’보다 ‘천장 높이’를 선택했다.
최근 고급 아파트들의 필수 조건으로 높은 천장고가 떠오르고 있다. 일부 최고급 아파트 중에서는 최고 7m에 이르는 평면까지 등장했다.
현재 주택 건설 기준 등에 따르면 거실과 침실의 천장 높이는 2.2m 이상, 천장 위 전기와 각종 배관이 있는 설비 공간을 포함한 한 층의 높이는 2.4m 이상으로 해야 한다. 이 때문에 바닥면부터 천장까지 높이를 의미하는 아파트 천장고는 대개 2.2~2.3m로 설계돼왔다. 1980년대 들어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경제성을 맞추기 위한 목적이 컸다. 우물형 천장까지 합해도 2.5m를 넘지 않는 게 소위 ‘국룰’이었다.
하지만 압구정2구역 사례에서 보듯 고급 아파트들은 높은 천장고 설계를 경쟁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 한남’,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등 고급 아파트는 최대 2.8~2.9m에 이르는 높은 천장고로 설계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 리버파크’나 ‘래미안 원베일리’ 등 강남 인기 지역 아파트에서도 천장 높이를 일반 아파트보다 10~20㎝ 높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강남구 청담동 ‘PH129’(7m)와 ‘에테르노 청담’(4m) 등 최고급 아파트는 보통 아파트 대비 2~3배 높은 천장고를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천장고가 높아지면 입주민이 느끼는 개방감이 크게 개선되고 내부 체감 면적도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전문가들은 천장고를 10㎝만 높여도 개방감·체감 면적 증가 외에 일조량과 환기량까지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천장고가 높아진 만큼 창문 크기까지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층고가 높은 주택은 인테리어 측면에서도 고급스러운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높은 천장은 유럽의 대저택을 연상시키듯 탁 트인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지속적인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층간 소음 문제를 완화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 고급 아파트들이 높은 천장을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높은 천장고의 장점에도 건설사들이 이를 일반적인 설계에 섣불리 적용하지 못한 건 수익성 감소 탓이 크다. 가구당 천장고를 20㎝씩만 높여도 25층 건물 기준으로 1개 층이 사라진다. 새로운 천장 높이에 맞는 창호나 조명, 가구 같은 건축자재를 새로 조달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앞으로도 천장이 높은 아파트는 비싼 건설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지역에서나 가능할 것이라는 게 건설업계 관측이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지역마다 고도 제한이나 용적률이 있기 때문에 가구당 천장고를 높이면 최소 1개 층, 많게는 2개 층까지 건설을 포기해야 한다”며 “수익성이 떨어져 분양 경쟁력이 있는 인기 지역에서나 적용할 수 있는 설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