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와 탄핵 정국 등 정치 불확실성 확대 여파로 시장의 침체 현상이 뚜렷해지며 ‘거래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경기 침체와 금리 인하 지연 등의 영향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실수요 매수 관망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146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9220건으로 피크를 찍었던 거래량은 8월(6517건) 약 30% 급감했고, 10월 3817건, 12월 3094건까지 감소하는 등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최종 집계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현재 추이로 보면 직전 4개월간 유지했던 거래량 3000건대 붕괴가 유력시된다. 지난해 7월 4년 만에 9000건을 돌파했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매물은 쌓여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매매기준)은 8만1124건에 달한다.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시중은행이 대출을 억제하기 시작한 지난해 8월 말부터 8만건을 넘어섰다.
거래가 받쳐주지 않으면서 집값 상승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2억 5859만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 가격은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12월에는 11억7781만원으로 내려갔다. 올 1월에는 11억4924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4개월 사이 1억원 이상 내려간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0.00%)은 4주째 제자리걸음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30일 기준·0.00%) 9개월여 만에 상승을 멈췄다. 이후 4주 연속 보합세를 유지하며 하락 전환을 앞두고 있다.
매매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자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68.0%로 국민은행이 2022년 11월 전면적으로 시세 조사 표본을 확대 개편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3년 4월 50.8%까지 떨어졌던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도 올해 1월 54.1%로 올랐다. 서울 역시 2022년 11월 표본 개편 이후 가장 높았다.
전세가율이란 아파트 전세 가격을 매매 가격으로 나눈 비율을 의미한다. 이 비율이 올라가면 전세 가격과 매매 가격의 차이가 줄어든다. 전세가율이 올라갈수록 매매 수요는 그대로인데 전세 수요가 올라가 전세를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통상적으로 집값 하락이 예상돼 아파트 매수를 하기보다 전세를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을 때 이 비율이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