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낮추고 대출혜택 늘리고 시세하락땐 분양가 재매입까지 건설업계 안간힘에도 계약저조 입주 임박한 후분양 물량 쌓여 대구에서만 12개 단지 4천가구 與, 부처에 지방 DSR완화 요청 금융위·국토부 추가대책 주목 전문가 “더 과감한 稅 감면을”
대구시 남구 대명동 ‘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 2차’는 최근 선착순으로 계약자들에게 축하금과 골드바 10돈(600만원 상당)을 증정하고 있다. 2026년 2월 입주를 앞둔 이 단지는 최근 ‘특별분양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계약금도 분양가의 10%에서 5%로 낮추고, 중도금 6회 차 가운데 3회 차 무이자 대출 혜택도 제공했다.
이 단지가 청약을 받은 것은 2022년 7월이다. 그런데 967가구 모집에 1·2순위를 합쳐 244가구가 신청하면서 대거 미분양됐다. 2년 반이 지나도 상당수가 미분양으로 남게되자 시행사가 ‘준공 후 미분양’을 피하기 위해 파격 조건을 내걸었지만, 계약은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2월 기준 전국에 쌓인 미분양 물량은 7만173가구로, 국토교통부에서 위험 수위로 판단하는 6만2000가구(20년 장기 평균)를 한참 넘어선다. 더 심각한 문제는 준공 후 미분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준공 후 팔리지 못한 미분양은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된다.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2만1480가구로 한 달 전(1만 8644가구)보다 무려 15.2% 급증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2013년 12월 이후 최대치다.
지방은 ‘쑥대밭’이란 표현이 공공연하다. 대구(2674가구), 전남(2450가구), 경북(2237가구), 제주(1746가구)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초토화됐다. 수도권도 불안한 모습이다. 경기 지역 준공 후 미분양은 2072가구로 전월(1695가구)보다 22.2% 급증했다.
건설사와 시행사들은 미분양 물량을 떨어내기 위해 안간힘이다. 경기 평택시 평택화양지구에 조성되는 ‘평택 푸르지오 센터파인’은 작년 말 계약자에게 축하금 500만원을 지급하고, 계약자 한정 추첨을 통해 자동차 경품을 주는 이벤트를 벌였다. 계약하면 현금을 돌려주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방 일부 오피스텔은 계약 후 분양가보다 시세가 내려가면 사업자에게 분양 가격으로 다시 매도할 수 있는 ‘환매조건부’ 방식을 홍보하고 있다. 전체 분양가의 10%를 계약금으로 내면 그 돈을 돌려주는 오피스 물건도 등장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쉽게 반전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장 미분양에 신음하는 대구 부동산 시장부터 올해 다시 한번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최근 몇년 동안 부동산 경기 악화로 분양을 미뤄왔던 대구 아파트 단지들이 입주가 임박해 후분양 물량으로 쏟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올해 대구 지역에서 분양할 단지는 20여 개일 것으로 전망되는데 후분양 물량이 12개 단지, 4167가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구에서 후분양 방식을 택했던 단지들도 결과가 썩 좋지 않았다”면서 “후분양 물량이 계속 흥행에 실패하면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정이 지난 4일 비수도권·지방 미분양 주택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한시적으로 완화해 달라고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에 요청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단 새로운 대책이 시행된 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은 만큼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국토부는 올해 1월부터 기존 1주택자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사면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산정 시 1가구 1주택 특례를 적용하고 있다. 다만 전용면적 85㎡ 이하, 취득가액 6억원 이하 주택만 대상이다. 또한 새해 들어 인구 감소 지역의 공시가격 4억원 이하 주택을 추가로 사면 1가구 1주택 특례를 유지해주고 있다. 또 주무부처인 금융위와 국토부 등도 규제 완화에 호의적인 분위기여서 조만간 금융 규제 완화를 비롯한 지방 미분양 해소 대책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준공 후 미분양은 인구 감소 지역엔 별로 없고, 지방 광역시나 대도시 권역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미분양 위험지역을 중심으로 양도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식 한국주택협회 부회장도 “현재 지방 준공 후 미분양이 어떤 평형에 가장 많고, 가격대가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전용면적이나 주택가액 등의 기준은 물론 주택 수 제외, 세제 혜택을 조금 더 과감하게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일단 미분양 주택을 직접 매입하는 CR리츠에 모기지 보증 한도를 감정가의 60%에서 70%로 상향할 방침이다. 아울러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추이가 더욱 악화되는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하는 방안까지 검토한다. LH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사서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일각에서는 건설사들의 자구 노력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도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주택 시장이 호황일 때 사업성이 떨어져도 마구 지었던 곳을 위주로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다”며 “인위적인 공공 개입은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킬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분양 가격을 낮추는 등 시장원리에 따라 노력하는 방안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