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미분양 문제, 보기보다 심각합니다. 이러다 아래서부터 서서히 무너질 것 같네요.”
최근 한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미분양이 빠르게 늘면서 지방 분양시장에 먹구름이 끼자 침체 우려를 넘어 시장 붕괴 두려움을 느끼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침체기에도 수도권은 90%가 넘는 초기 분양률을 기록한 반면, 경남 등 지방에서는 100가구 중 3가구 분양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인 사업장까지 나올 정도다.
12일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민간아파트 초기 분양률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전국 민간아파트의 평균 초기분양률은 전분기(54.5%) 대비 25.7%포인트 상승한 80.2%를 기록했다. 초기 분양률은 30가구 이상 공급하는 아파트 단지 중 분양을 시작한 지 3~6개월 된 사업장의 계약률을 집계한 수치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이 기간 민간아파트의 평균 초기분양률은 83.9%를 기록했다. 전분기(70.0%) 대비 13.9%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분양 시장이 침체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수도권 쏠림 현상이 다시금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R114 기준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103대 1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164.1대 1) 이후 가장 치열한 수준으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527.3대 1 ▲강남구 ‘래미안 레벤투스’ 402.9대 1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123.67대 1 등이다.
문제는 지방 분양시장이다. 이 기간 5대 광역시의 초기 분양률은 82.1%로 전 분기(41.9%) 대비 40.2%포인트 증가했지만 지역별로는 그 편차가 유독 두드러진다.
울산 민간아파트 평균 초기분양률은 12.1%로 전분기 대비 80.5%포인트 뒷걸음질 쳤다. 강원의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민간아파트 평균 초기분양률도 54.1%로 50%를 간신히 넘어섰다.
이 중에서도 경남은 2.9%를 기록하면서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지방 분양시장이 ‘공급발 인플레이션’을 맞닥뜨렸다고 진단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원자잿값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분양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의 경우 이를 일부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지만 지방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방의 경우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 등 여러 가지 악재로 물량이 소화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