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용 GH공사 사장 인터뷰 청년·신혼부부에 연말 공급 분양가 25%만 내고 입주후 적금 납입하듯 나머지 취득 "포퓰리즘 천원주택과 달라" 직주락학 도시 제3판교에는 KAIST 등 대학원 유치 추진
"적금처럼 내 집 마련이 가능하죠. 자산 형성의 기회를 갖는 공공분양 주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김세용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사진)은 2022년 부임한 직후부터 경기도에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소위 '적금주택'을 도입하고자 준비해왔다. 돈을 나눠 납입해 목돈을 만드는 적금처럼 수분양자가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의 분양 가격 일부(10~25%)만 내고 지분으로 얻어 입주한 다음 20~30년간 거주하면서 나머지 지분을 분할 취득하는 방식이다.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직접 만난 김 사장은 "전세 사기와 신규 주택 공급량 감소, 주택 가격 상승세 지속, 가계 실질소득 정체 등 점점 더 내 집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시대에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참신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주택은 그의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말 드디어 첫선을 보인다.
애초 수원광교지구에 올 상반기 중 출시하려 했던 지분적립형 주택은 관련 안건의 경기도의회 상정이 최근 무산되면서 올해 말 3기 신도시 중 한 곳인 광명학온지구에 처음 등장하게 된다. 이 지구 공공분양 1079가구 중 865가구가 지분적립형 주택으로 나온다. 김 사장은 "광명뿐 아니라 안양 등 다른 대형 재정비 지구나 1기 신도시 재건축 현장에서도 지분적립형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주택은 소득 4~6분위(부부 합산 연 7000만~1억3000만원) 신혼부부나 무주택 청년 등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 의무 거주 기간은 5년, 전매 제한은 10년이다. 김 사장은 "돈을 갚아가는 개념이 아니라 지분을 취득해가는 것이어서 '구분 등기'에 따라 확보 지분을 담보로 대출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에선 영국이 유사한 방식의 주택을 운용 중이지만 이는 민간업체가 하는 것이어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GH는 이를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지분적립형 공공주택은 온전히 김 사장이 낸 아이디어다. 그는 "1980년대부터 본격 공급된 영국의 적금주택은 2018년을 기준으로 누적 20만가구 이상 공급됐다"며 "우리는 전매 제한 10년을 걸어두긴 했지만 그 이후 GH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인수해 임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분적립형 주택은 매년 수백억 원의 재원을 필요로 하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천원주택'이나 '만원주택'과는 확실히 다르다. 그에 대해 김 사장은 "로또에 가까운 포퓰리즘 주택 정책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GH는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주체가 기획·건설한 임대주택을 GH가 매입한 뒤 해당 주체에 운영권을 부여하는 '사회주택'도 올해 안에 경기도에서 172가구 규모로 선보일 방침이다.
'직(職)·주(住)·락(樂)·학(學)'이 어우러질 '제3판교 테크노밸리' 조성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이 역시 김 사장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온 것이다. 최근 민간사업자 공모 공고를 낸 GH는 우선협상 대상자를 5월 중 선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에는 시스템반도체 업체 등이 이른바 '앵커 기업'(주축 기업)으로 제3판교에 들어오기로 했다. 남은 건 추가 앵커 기업과 '앵커 대학'을 유치하는 일이다. 김 사장은 "원래 경기도 소재 대학이 제3판교에 오는 방안을 구상했지만 지금은 KAIST·포스텍·UNIST·GIST·DGIST 등 명문 과학기술원의 대학원을 유치하는 쪽으로 방향타를 틀었다"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